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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퇴사하는 날
    생각 2019. 9. 15. 17:33

    마지막 슬랙 메세지. 굳바이 8퍼센트!

    2019.09.11

    추석 연휴 전 날이자, 8퍼센트에 입사하고 1년하고 +1일 되는 날이자, 마지막 근무일 이었다. 딱히 후련하다거나 초조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그냥 평소의 연휴 전날과 같은 정도의 들뜬 마음으로 마지막 출근길에 나섰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오전 업무를 했다. 마지막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동료들과 나의 최애 김치찌개 맛집을 찾았고, 늘 그랬듯이 약간의 웨이팅이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회사 얘기, 연휴 계획 얘기, 어제 봤던 영화 얘기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로 복귀하는 길, 회사 앞 던킨도넛츠에 있는 인생네컷 사진박스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 팀에서 누군가가 퇴사하면 으레 하던 소소한 이벤트였다. 다만, 이번 이벤트의 주축이 나였던 것만 평소와 달랐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책상 위에 꽃다발과 몇 몇 선물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퇴사 날 받는 선물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인수인계 페이퍼를 마무리 짓고, 제휴 업체에 인사를 하고, 맥북을 초기화 시켰다. 초기화 소요 시간이 내 생각보다 더디었으나 , 전혀 급하거나 짜증이 나지 않았다. 초기화가 마무리된 것을 확인하고, 맥북과 충전기, 출입카드를 챙겨 인사담당자에게 반납했다.

    미리 주문해 둔 쿠키를 공용 팬트리 공간의 테이블에 올려둔 후, 동료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1년 동안 정말 좋은 분들과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한 업무들을 해냈고, 그에 대한 조그마한 감사 표시였다. 쿠키만 올려둔 후, 후다닥 회사를 나서려고 했는데, 괜스레 아쉬워서 그러지 못하고 팬트리를 어슬렁 거렸다.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돌며 인사를 했다. 꽤 많은 분들이 마중을 나왔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끝으로 8퍼센트의 마지막 퇴근길을 나섰다. 이 말은 진심이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근무 했을 뿐이지만, 유난히 아쉬웠고, 유난히 감사했다. 운이 좋게도 정말 좋은 동료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에 은근한 자부심도 있었다. 내가 A를 질문하면 A뿐만 아니라 B, C, D까지 짜증 한 번 안내고 친절하게 답변해 준 고마운 분들이었다. 간혹,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좁으니, 어디서든 다시 만나 함께 일할 수 있을 거야' 라고 합리화를 하며 덤덤하게 회사 정문을 나섰다.

    이렇게 2019.09.11 수요일, 8퍼센트를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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