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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인터뷰와 제품개선
    업무 2019. 6. 3. 00:58

    나는 마케터로서의 커리어를 가상화폐 자동매매 플랫폼 회사에서 시작했다. 설립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Seed Money도 투자 받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었다.

    첫 몇 개월간은 UA 마케팅에 집중했다. 일단 우리 프러덕을 알리는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문제가 보였다. 회원가입은 굉장히 간단했기 때문에 랜딩에 떨어진 후 회원가입을 하는 비율은 높았지만, 실제 프러덕 페이지에 이탈율이 꽤 높았다.

    프러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래 봇 추가, 거래소 연동, 전략 선택 등의 사전 활동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꽤 높은 서비스이긴 했으나,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사용법을 상당히 세세하게 여러 형태의 컨텐츠로 만들어 놓은 터였다.프러덕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기만 하면 유저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실제 사용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굉장히 높은 비율의 만족도를 확인했다.

    문제는 가입 후 하루 만에 이탈한 유저들이었다. Google Analytics, Hotjar 등의 트래킹 툴을 이용해 '이 단계에서 몇 퍼센트의 고객의 이탈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왜' 이탈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너무 알고 싶어, 회원가입 후, 프러덕에서 어느 정도 상호작용을 했지만, 하루만에 이탈 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대면 인터뷰를 기획했다. 달리 방법도 없었다. 프러덕을 잘 사용해보기 위해 탐색을 해봤음에도 이탈했다면, 우리 제품을 인지하고 있고, 어느 정도 우호적일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우선, 최근 2개월 간, 회원가입 후, 마케팅 동의를 한 유저들 중, 특정 단계까지 갔으나, 가입 후 하루만에 이탈하고 7일 이상 로그인 하지 않은 유저들의 데이터를 뽑았다. 그리고 이 조건에 해당하는 유저들의 대면 인터뷰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셀링 포인트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이런 유저들을 직접만나 얘기를 들어보려면, '제품 개선에 반영하기 위한 인터뷰를 하고자 한다'는 포인트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때 당시 내가 정의한 유저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랬다.

    1. 우리 제품을 잘 사용해보기 위해 고군분투 해봤으나,

    2. 결국은 이탈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 서비스를 직접 만든 개발진들이 직접 찾아가 1:1 레슨을 해준다는 포인트로 다가가면 어떨까? 조금 더 우호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해당 조건에 해당하는 유저들에게 인터뷰 의사를 묻기 위해 구글폼 링크가 들어간 메일과 문자를 보냈다. 특정 기간 동안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주시면, 개발진들이 편한 장소로 방문하여 서비스 사용법을 알려주고, 이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한다는 내용과 함께.

    사실, 기업 사람들이 와서 다대:1 형식으로 인터뷰를 하자고 하면 부담스럽고 뭐 팔아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라, 인터뷰 유저 단 한명이라도 확보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걱정과 달리 20명 정도의 유저들이 인터뷰 의사를 밝혀오셨고, 가능 시간과 방문 지역을 고려하여 10명 정도 인터뷰 유저를 최종적으로 확보했다. 과외 메세지가 잘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인터뷰 의사를 밝힌 유저들에게 한 명 한 명 전화하여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시간을 맞춰 인터뷰를 잡았다. 하루를 통째로 유저 인터뷰 데이로 잡고, 대표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반으로 쪼개져 인터뷰를 떠났다. 맡고 있는 직무별로 개선포인트를 직접 듣고 바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는 캐주얼하게 진행했다. 각 잡고 인터뷰를 진행하면 유저가 솔직한 표현을 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유저에게 직접 프러덕을 사용해보게 한 뒤, 어느 점에서 어려움을 느꼈고, 어느 부분 때문에 이탈 했고, 어느 점이 개선되면 다시 사용할 것 같은지 등의 질문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갔다. 팀원 외에 누군가가 눈 앞에서 우리 프러덕을 사용하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감사한 마음에 더 좋은 프러덕으로 보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걸맞는 질문들도 꽤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루 동안 총 5명의 인터뷰를 하며 한 마디라도 놓칠까 정말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미팅을 진행했다. A팀, B팀이 각기 다른 동선으로 유저들을 인터뷰 했기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개선점을 도출해내기 위해서였다. 인터뷰 양은 방대했지만, 결국 정리해보니 공통적인 의견이 몇 개 보였다.

    1. 어렵다... 봇은 뭐고 거래소 연결은 어떻게 해야하나.

    2. 어렵다...22 특히 전략짜기가 제일 어렵다.

    3. 좋다!!! 과거 수익률 조회 기능 너무 좋다. 일단 수익률이 한눈에 들어오니 이런 기능이 있다면 어떻게서든지 이 프러덕을 사용하겠다.

    당시 프러덕에 반영됐던 첫 온보딩

    Owend Media 에 동영상으로 이미지로 글로 사용법을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유저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해서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프러덕 자체에 온보딩(튜토리얼)을 넣기로 했다. 온보딩의 순서는 인터뷰 유저들이 대부분 가장 어려워 했으나, 가장 놀라워 했던, 과거 수익률 조회&전략 테스트를 앞단에 할 수 있게끔 기획되었다. 이 기능이 Aha Moment라는 가정에서였다.

    물론, 인터뷰 유저가 너무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었기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소중했고, 또 그렇게 리소스가 많이 드는 작업이 아니었으며, 당시, 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첫 로그인 유저에게 봇 추가, 전략 추가, 과거 수익률 조회를 안내하는 온보딩을 1주 만에 기획부터 구현, 배포까지 완료했다. 거의 모든 일이 그렇듯... 버라이어티하게 이탈율이 개선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서서히 지표가 개선되고 있었고, 유저들의 온보딩 사용 패턴을 분석해 조금씩 기능을 추가하거나 빼거나 바꿔나갔다.

    이런 와중에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지만, 일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보람을 느꼈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리고 지금도 정량적 수치로 해소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유저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결국 우리 프러덕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고 늘 우리가 생각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찾을지는 결국 실무자의 몫이지만 난 주저 없이 인터뷰를 가장 먼저 시도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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